젊은 세대들의 ‘안정 직장 선호’ 현상이 도(度)를 넘고 있다. 패기와 도전정신이 무기여야 할 대학생들의 공무원에 대한 직업 선호도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른바 ‘철밥통’으로 인식되는 국가직 공무원뿐만 아니라 지방직 공무원인 서울시 공무원 선발에도 수만명의 ‘공시족(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이 와중에 공무원노조는 정부가 납득할 수 없을 만큼 무리한 급여 인상 및 복리후생 향상을 요구하고 있어 젊은이들의 ‘쏠림현상’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한국 젊은이들 ‘공무원이 최고의 직업’=지난 8일 서울역은 아침 일찍부터 수많은 인파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이들은 이날 서울시 공무원 필기시험을 보러 온 공시족들로, 기차에서 내려 지하철을 타기 위해 걸어가면서도 눈에서 책을 떼지 못했다.

서울 시내 103개 중.고등학교에서 진행됐던 이날 시험은 1732명 모집에 14만4000여명이 원서를 냈다. 하지만 실제 응시 인원은 9만1600명으로, 평균 53대1의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나타냈다.

실제로 젊은 세대들의 공무원 선호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조사한 사회통계조사에 따르면, 15세에서 24세 사이의 청소년이 가장 근무하고 싶은 직장 1위는 국가기관(33.5%)이었고, 공기업도 11.0%나 됐다.

국가기관과 공기업을 합칠 경우 청소년 두 명 중 한 명은 안정적인 공무원이나 공기업 직원을 선호직업으로 꼽은 것이다.

이렇듯 젊은이들이 공무원직으로 대거 몰리는 이유는 직업 선택 시 가장 중요한 기준이 바로 직업의 ‘안정성’이 됐기 때문이다. 1998년 외환위기 중 고용 조정의 경험은 국민들에게 ‘민간 기업의 월급쟁이’들은 언제 직장을 잃을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심어줬고, 50세 이상의 고령자라는 이유만으로 명예퇴직되는 경우를 수차례 목격해 왔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 부문에서 평생직장을 기대하기 힘들어지자 신규 취업자들이 그런 곳을 피해 공공 부문이나 공무원 같은 더욱 안정적인 일자리를 선호하게 됐다”며 “이와 같은 쏠림현상은 고급 인력이 민간 부문 같은 활력이 필요한 곳에 배치되는 것을 방해해 결국 기업과 국가의 잠재 성장요인들을 잠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신자유주의가 유입되면서 고용의 유연성은 커졌지만 실질적으로 월급쟁이가 회사에서 나오기는 쉬워도 재취업을 하기는 어려워졌다”며 “고용의 유연성을 높이는 정책이 엉뚱하게 공무원 시험의 경쟁률을 높이고 대학입시에서 법대, 한의대, 의대 지원율을 높이는 등 풍선효과를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공무원노조의 무리한 요구 “젊은이들 몰리는 이유 있네”=이처럼 공무원의 지위나 그들이 누리고 있는 혜택이 전 국민적인 부러움을 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공무원노조는 정부에 무리한 요구를 해 빈축을 사고 있다.

공무원들이 젊은이들이 몰릴 만큼 정년보장, 안정적인 연금 혜택 등 민간기업 근무자들이 접근할 수 없는 혜택을 누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러 발 더 나아가 무리한 내용의 단체교섭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정부와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에 따르면, 39개 공무원노조의 공동협상단은 성과급제를 폐지하고 임금을 공기업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단체교섭 요구안을 정부 측에 제시하고 지난 4일부터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갔다.

공동협상단은 개인에 따라 차별 지급하는 성과 상여금을 폐지하고 기본급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같은 부서에서 공동으로 업무를 추진하는 경우가 많아 개인에 따라 차별 지급하는 성과 상여금제가 실효성이 없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공동협상단은 또한 공무원의 보수를 공기업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현실화해 줄 것을 요구하고, 대학생 자녀의 학비, 본인의 대학ㆍ대학원 학비에 대해서도 보조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성철 공무원노총 공동위원장은 “현재의 임금으로는 공무원들의 생계유지가 안 된다”며 “공직사회가 역량을 갖고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려면 임금이 민간 대기업 수준은 아니더라도 공기업 수준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노조는 무주택 공무원을 위해 무이자로 전세자금을 지원하거나 임대주택을 건립하는 한편, 퇴직 예정 공무원이 국내외 문화유적지를 관람하는데 경비 500만원을 지급해 줄 것을 요청했다.

여직원의 출산휴가를 현행 90일에서 180일로 확대하고, 유아휴직 수당을 월 4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올려줄 것도 요구했다. 남성에 대해서도 유급 출산휴가를 3일에서 30일로 늘려줄 것을 주장했다.

아울러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논의를 중단해야 하며 하위직 공무원의 사기 진작 등을 위해 고시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로수당, 건강수당, 대도시근무수당, 급식수당 등 각종 수당을 신설하고 특별공로자 포상휴가, 장기 재직 휴가, 퇴직준비 휴가, 방계가족 조사휴가 등을 부활해줄 것을 요구했다.

임진택ㆍ신소연 기자(carrier@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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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네이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