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학교에서 배운 것들은 무척이나 원론적인 것들이었고 공부를 하는 스타일도 내용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를 우선하는 편이어서 회사를 다니게 되었을 때 솔직히 걱정을 많이 했다.
내가 알고 있는 많은 내용들이 어떻게 쓰일지.
제대로 써먹을 수 있을지.
모르는게 얼마나 많을지.
회사의 업무는 학교에서 배운 내용처럼 원론적이고 포괄적이지 않다.
업무에 적용되는 내용이 그렇게 넓은 범위가 아닌만큼 깊이있다.
그만큼 그동안 접해보지 못한 것들이 무척 많다.
생소하고 어색하다. 그렇지만 신기하게도 결코 어렵고 괴롭지는 않다.
일례를 들자면 학교에서 배웠던 여러 운영 체제와 그 내부를 구성하는 이론들보다는
윈도우즈의 실행파일 구조 하나만 놓고 죽어라 파는 식이다.
그렇지만 실행파일 하나 놓고 보다보면 그 많은 운영체제 이론들이 다 나온다.
그 뿐 아니다. 구현하기 위해서 어떤 알고리즘을 어떻게 구현했는지까지
윈도우즈라는 프로그램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구현되어있는지 어렴풋하게나마
기본적인 뼈대는 보인다. 그들이 운영체제를 정상적으로 동작시키기 위해서 어떤 고민을 했고 어떻게 해결하려고 했으며 어떻게 구현했는지..
참 재밌다. 그리고 공부가 하고 싶다.
뭐든 기본기가 중요한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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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회사라는 곳.. 단지 내가 얼마나 알고 있느냐가 중요한 곳이 아니라는걸 알겠다.
학교 다니는 동안 높은 학점, 프로젝트, 프로그래밍 실력, 동아리 활동.. 같은 것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분명 어느 정도는 그렇지만, 이런 것들만 뛰어나다고 그게 다가 아니다.
쉽게 사람을 나누기 위해 줄세우는 방법 중의 하나일 뿐.
사회의 잣대와 내가 생각하는 잣대 사이에는 큰 격차가 있었다.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면 사람들은 나의 모든 것을 가지고 나를 평가한다.
사람들마다 기준도 다르고 우선 순위도 다르겠지만 한가지는 분명히 알겠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이 나의 장점이자 약점이라는 거.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까지도.
나를 포장하기 위해서 덧칠하고 꾸민 것들이 완전히 발가벗겨져도 나에게 남아있는 것
기본기라는 것은 이런게 아닐까.
기본기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