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삼십대 PM(Project Manager)의 글... from 다음 아고라
Posted 2007. 6. 20. 11:32, Filed under: Story이곳에서 참 많은 IT에 관련된 글들을 읽었습니다.
모두다 맞는 말이고 저역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미천하지만 저의 생각을 적어보려 합니다.
저는 올해 삽십대초반의 PM(Project Manager)입니다.
물론 출신은 프로그래머 출신입니다.
저는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프로그래밍을 시작했습니다.
거의 20년정도 되어 가는 군요.
그런데 점점 제가 프로그래밍하는 것이 시간이 지나서 난이도가 올라가면 갈수록 한가지 드는 의문점이 있었습니다.
"과연 언어만 잘 다룬다고 훌륭한 프로그래밍을 할수 있을까?"
물론 MS나 Sun의 레퍼런스만 따라서 만들면 그런걱정 안할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어쩔때는 운영체제의 지배를 받지 않는 프로그램도 만들게 되고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기반을 만들어야 할때도 있더군요.
이런 여러가지의 상황에 맞부딪치게 되면 참으로 "내가 정말 프로그래머인가?"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다른분야의 공부를 많이 해야 했습니다.
ERP를 만들기 위해서 재무학/회계학/경영학/통계이론등을 섭렵해야 했으며
특수장비를 만들기 위해서 물리학/기계역학/동력학등을 공부해야 했습니다.
또한 재대로된 사이트를 만들기 위하여 수많은 비즈니스 로직과 경영 / 마케팅에 관련된 책자들과 씨름해야 했습니다.
저의 프로그래머로써의 20년을 나누어 본다면 앞의 10년은 그런것을 잘모르고 단지 좋은 프로그램(멋져보이는 프로그램이라는 말이 맞을꺼 같습니다.)을 만들던 시기였고 뒤의 10년은 기능에 충실하고 모든것에 이치가 맞는 프로그램을 만들던 시기였던것 같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저의 장황한 일대기를 늘어놓은것은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프로그래머를 이야기 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제가 앞의 10년동안 만든 단지 좋은 프로그램(멋져보이는)의 가격은 굉장히 쌉니다.
프로그램 개당 100만원의 가치도 없을만큼 싸구려였습니다.
하지만 비지니스로직이 설계되고 특수한 학문과 접목되어 있는 ERP나 장비제어프로그램과 같은 프로그래밍 스킬로만으로는 도저히 짤수 없는 프로그램의 가격은 부르는게 값이더군요.
물론 뒤에서 열거한 프로그램은 혼자서는 만들기 벅찰지도 모릅니다.
그러기에 기획자 / 마케터 / 디자이너 / 프로그래머 / 코더등으로 역할이 분담되어 있는 것이겠죠.
이런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도 과연 시장에서 연봉이나 대우가 형편없을까요?
뒤에서 열거한 프로그램을 만들수 있는 사람의 연봉은 변호사의 1년연봉 / 의사의 1년연봉 / 대기업사원의 1년연봉을 다 합친것과 맞먹을 정도의 연봉을 받습니다.
(이런 프로그래머가 우리나라의 몇명이나 되냐고 물어보신다면 몇 안된다고 말씀드릴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제 주변을 보면 인정받고 있는 프로그래머는 딱 두종류입니다.
경험이 많아서 모든 비즈니스로직 및 수학적계산에 달통해 있고 아이템만 들어도 메인페이지UI 및 카테고리 / DB구조가 머리속에 그려지는 경험이 풍부한 프로그래머.
(주로 나중에 PM이 되더군요.)
한분야에 달통해서 이미지프로세싱이든지 칩제어든지 한분야에서 끝까지 파고들어 논문을 낼수 있을정도로 원천기술만 파고들어 성공한 프로그래머입니다.
(주로 연구소에 연구소장정도의 직함으로 짱박혀 있습니다.)
나머지는 전부 코더로 취급받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불행하게도요....
제가 경험한 IT는 그렇습니다.
이미 IT로 들어오셔서 지금 힘들어 하시는 개발종사자분들과 이제막 IT로 들어오시려는 많은 IT지망생분들... 힘내십시요.
하지만 각오는 하셔야 합니다.
다른 어떤분야의 직업보다 IT개발자의 직업은 힘듭니다.
여러분께서 제대로 된 ERP를 만들고 싶다면 국내 모든 산업의 일처리 프로세스에 통달하셔야 하고 그것에 연관된 모든 서류의 종류 및 자금의 흐름에 대해서도 빠삭하게 아셔야 합니다.
여러분이 제대로된 게임을 만들고 싶으시다면 단순히 C++로 컨트롤하는 DirectX와 OpenGL등의 스킬만 하는것이 아니라(그건 기본입니다.-Default) 수많은 게임들의 인터페이스와 디자인적인 감각 수많은 게임관련 산업의 BM모델들을 섭렵하셔야 합니다.
여러분이 제대로된 웹사이트를 만들고 싶으시다면 ActiveX, 웹언어(ASP,JSP,PHP), HTML, DB만 아셔야 되는것이 아니고 BM모델의분석 및 설계 / 마케팅 / 다양한 사례연구들을 섭렵하여야 합니다.
물론 개발자는 개발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위의 모든 프로세스를 머리속에 그릴수 없이는 절대 제대로된 개발이 우리나라에서는 힘든것이 현실 입니다.
물론 위에서 열거한 모든것의 기본에는 C++, JAVA, Basic, Delphi, Oracle, SQL등의 개발에 필요한 언어나 OS의 API, 각각의 제조사에서 내놓은 레퍼런스집(MS의 MSDN, Sun의 JDK라이브러리)은 정말로 기본중에 기본입니다.
때에 따라서는 해당분야의 학술집이나 논문들을 섭렵해야 하는것도 기본입니다.
이래도 개발자를 하고 싶으시다면 IT로 오십시요.
하지만 기왕 오신다면 절대 코더라고 불리는 그런 직업이 존재하는 IT로 오시지 마시고 내가 주체가 될수 있는 IT로 오십시요.
어떤 IT로 오실지는 여러분이 선택하기에 달렸습니다.
이상 미천한 경험에 비추어 본 우리나라의 IT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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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어디에선가 보고 네이버 블로그에 담겨 있던글.
네이버 블로그에 담아 놨던 것들 정리해서 이쪽으로 조금 옮겨야겠다 ^^